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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음악

뮤지컬 서편제 감상문/후기

이번에 학교에서 뮤지컬의 이해와 실습이라는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좋은 교수님도 만나고 좋은 팀원들도 만나서 좋은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번 중간 과제로 뮤지컬 감상문을 제출해야 하는게 있었는데요.

저는 최근에 본 서편제 후기를 적기로 했습니다 ㅋㅋ

제가 가장 느낀 점이 많은 뮤지컬 이었거든요!!ㅎ

제출은 지난주에 했으니 이번주엔 포스팅을 한번 해보려 합니다ㅋ

서편제 감상문 내용중에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 되어있으니 

아직 안보신 분들은 조심해 주세요~!!^^

1. 나에게 서편제란...

 서편제. 이 작품은 나에게 큰 의미를 준다. 나는 뮤지컬에 관심이 아주 없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적 엄마 따라서 클래식 공연을 보러 다니는게 너무 따분하고 지루했기 때문에 뮤지컬이라는 장르도 그러한 부류이겠거니 생각했었다. 원래 나는 가요나 아카펠라 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내 친 구중 한명이 대학을 뮤지컬과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며 뮤지컬 곡을 연습하곤 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들은 곡이 '한이 쌓일 시간'이란 곡이었다. 서편제의 줄거리는 대충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곡이 자신의 딸의 눈을 멀게 하기 전의 노래라는 것을 들었을 때 난 그 친구의 노래를 들으며 울컥하는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한이 쌓일 시간'이라는 곡을 시작으로 나는 급격히 뮤지컬 음악에 빠지기 시작했다. '지킬 앤 하이드', '서편제', '모차르트', '영웅' 등등 수도 많다. 모두 그 친구가 불러준 노래의 작품들이다. 때문에 이번 서편제의 감상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어떠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당일에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방방 떠서 다녔다. 사진도 많이 찍고 날씨는 얼마나 좋은지 하늘이 돕는 듯 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자리도 좋아서 정말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1층 뒤편 R석) 이렇게 내 인생에 첫번째 대형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2. 캐릭터 분석

 1). 송화와 차지연 배우

 송화라는 캐릭터는 똥물을 먹고도 웃으며 관객에게 똥물을 뿌릴 만큼 맑고 깨끗하며 순수하다. 그런 송화와는 다르게 소리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찬 유봉은 송화를 오염시킨다. 송화는 아버지로부터 한을 배우고 눈이 멀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소리를 버리지 않고 털고 일어나 자신의 소리를 찾아 일생을 살아간다. 눈이 멀어버린 후에도 아버지 유봉에게 동호의 노래를 들어보라며 웃으며 라디오를 건네는 장면, 그리고 눈이 먼 자신을 바라보는 동호에게 소리하기엔 이것이 더 좋다며 도리어 안심시키는 모습에서 그녀의 절제된 한과 한국 특유의 해학이 느껴진다. 송화가 얻은 소리는 아버지 유봉이 찾던 소리보다 한 단계 더 위가 아닌가 한다. 살다보면 살아진다는 인생을 살아갔던 송화의 소리는 욕망이 배제된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리였다. 그녀의 소리는 평생의 한을 담고 있었으며 절제되어있으며 깨끗했다. 아무런 욕심이 가미되지 않은 소리. 그것이 송화의 소리다.

 이런 송화 역을 소화해낸 차지연 배우 그녀는 '송화'라는 인물을 연기하기에 참 좋은 배우이다. 그녀의 소리에는 한이 있으며 그녀에게는 한국적인 해학이 담겨있다. 슬픔 속에서도 웃음을 찾아내는 지극히 한국적인 해학이다. 가녀린 몸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그녀의 슬픔은 관객들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1막 마지막 '시간이 흐르면'이란 곡에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건 가운데에 눈이 멀어 버린 채 울고 있는 송화의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표현력은 '송화'의 슬픔과 한을 여지없이 전달할 수 있는 강한 힘이다.

 

 2). 유봉과 서범석 배우

 음악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세상에서 버림받은 슬픈 영혼 '유봉'. 그의 광적인 집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쓰럽게 느끼게 하는 것과 동시에 동감하게 된다. 하지만 유봉의 음악은 어딘가 비뚤어져있었다. 유봉의 소리는 흐르지 않았으며 행복하기 위한 소리가 아니라 더욱 높은 곳으로만 가려하는 욕망으로 가득 찬 소리였다. 소리나 음악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음악의 지향점은 완성이 아니라 행복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함께 즐기고 웃고 울고 찢어지는 그런 음악. 그런 음악이 진정 완성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유봉의 소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잘못되었다고 본다. 유봉은 마치 깨끗한 송화를 소리로 오염시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유봉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그도 그 나름대로 아픔을 겪은 사람이라 자신의 딸에게는 더욱 좋은 것을 주고 싶었을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유봉의 '세상의왕'이라는 곡을 듣고 있노라면 음악에 대한 열정이 불타고 살아난다. 그의 열정과 집념 그리고 소리에 대한 사랑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아름다운 것이다.

 유봉의 역할을 한 서범석배우는 성악가로 알고 있는데 그의 노래는 평생 동안 소리에 집착하고 추구해온 유봉의 소리를 표현하기에 적합했다고 본다. 또한 그의 연기력은 정말 이 사람이 유봉이라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다. 전에 동영상에서 볼 때는 음이 흐트러지거나 박자를 놓치는 듯 한 실수가 있었는데, 이번에 직접 볼 때는 거의 실수 없이 음악적으로나 연기적으로 완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셨다. 표현력이나 전달력 부분에 있어서 정말 만족스럽다.

 

 3). 동호와 마이클리

 자기가 하고 싶은 소리를 쫒아 아버지를 떠나 자신의 길을 걸어간 동호. 어렸을 적부터 나돌아 다니기를 좋아했는지 발목에 줄을 매기도 했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한을 가지고 살아왔다. 소리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아버지 밑에서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음악을 찾아 길을 떠나는데, 그곳에서 인정도 받고 성공도 하지만 결국 소리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동호 역을 맡은 마이클리에 대한 평가는 조금 짜다. 공연을 보기 전부터 기대를 하고 봐서 그럴까. 생각보다 마이클리의 연기가 시원치 못했다. 물론 그의 노래는 정말 아름다웠고 ‘한국에 이런 음악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 할 정도로 너무 멋졌다. 하지만 연기부분에서 1막 마지막부분 부터 마이클리의 연기력이 바닥을 보였다. 그 문제점은 아무래도 발음에서 드러난 것 같다. 어릴 적 전라도 지역에서 자라 구수한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송화와 유봉과는 다르게 동호의 대사는 뭔가 어색하고 마치 어린아이 연극 같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아무래도 미국 생활이 길어져서 그런걸까 하는 마음에 측은하게 느껴졌다. 그의 노래에서 그의 연기에서 그만한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아무래도 한국말에 서투른 그의 발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탑클래스의 뮤지컬 배우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영광이고 값진 추억이다.

3. 작품 분석

<무대장치>

 서편제의 무대는 다소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중으로 돌아가는 중심 원판과 그 원판을 둘러싸고 있는 또 다른 원판. 이 두 원판이 공연 내내 활약하여 걸어가는 길을 빠르게도 하고 느리게도 하고 길게도 했다. 또한 무대에서의 위치가 상수에서 하수로 바뀌기도 하고 시간이나 감정의 흐름을 표현하기도 하는 등 정말 많은 역할을 했다. 이동 경로에 조명을 딱 쏴줘서 이동하는 모습을 더욱 확실하게 구별하게 했고 그 경계를 또렷하게 했다. 

<무대 구성>

 막을 구성하는 6개의 긴 커튼은 서로 이동하여 겹쳐지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거나 장소의 변경을 표현하는 데에 아주 큰 역할을 했다. 하얀 한지로 덕지덕지 붙여진 벽면은 전체적인 한국적 분위기를 표현하기에 좋았으며 하얀색이었기 때문에 영상 효과를 나타내기에도 스크린의 역할로 아주 적합했다. 이 하얀 한지 커튼이 없었다면 서편제가 어떻게 운영되었을지 장담할 수 없겠다!

<무대 소품>

 위에 기술한 것들 이외의 장비들도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위에서 등장하는 미국 도시의 네온사인을 표현한 조명들, 감옥의 철창, 피날레를 장식하는 동그란 싸이킥, 하늘에서 벚꽃이 떨어지는 것을 표현한 영상의 활용, 그러한 영상을 더욱 빛나게 해주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는 조명들 모든 것이 정말 이것이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작품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색감>

 백의민족인 한국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한 전체적인 디자인은 화이트인 듯하다. 커튼도 그렇고 의상도 흰색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실 때 행차하는 백색의 행렬... 무용수들의 하얀 의상 등등 서편제의 곳곳에 배치하고 있는 흰색은 우리나라의 정서와 이미지를 표현하는 이 뮤지컬의 중심을 차지하는 중요한 색이 된다.

<무용수>

 배우들의 무용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요소이다. 다들 무용을 전공했는지 발동작 스텝에서 벌써부터 기운이 달랐다. 춤으로 표현하고자 하는바가 연기와 함께 정확히 전달되었으며 그들의 춤으로 어지러운 정신이나 음악에 대한 열정 슬픔에 젖은 한과 후회의 정서가 느껴졌다. 유봉과 눈먼 송화가 돌아가신 엄마의 제사를 지낼 때 유봉과 송화의 연기를 보고 싶은데 무대 중앙 쪽의 무용수들의 군무도 보고 싶어서 정말 곤욕이었다. 무용수들에 집중하면 유봉과 송화가 안보이고 유봉과 송화에 집중하면 무용수들이 무슨 춤을 추는지 볼 수가 없어서 두 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음악>

 서편제의 음악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동서양의 조화를 잘 이루었다고 본다. 한국적인 악기가 없거나 비중이 작거나 있어도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적제적소에서 우리 악기가 빛을 잘 드러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바이올린 같은 서양의 악기와 우리나라 악기의 연주가 어우러져 신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선율을 만들어 내었다. 뿐만 아니라 팝적인 요소의 악기들도 중간 중간 나와서 음악적 다양성을 높이고 만족도를 높여줬다. 판소리부터 뮤지컬적인 오페라 그리고 록(Rock)음악까지 정말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흐르는 감성은 한국적인 한을 가진 절절하면서도 절제된 음악, 슬픔이 가미된 음악이었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한의 정서를 전달했다. 동호의 슬픔(거대한 햇덩이, 연가), 송화의 한(살다보면, 심청가, 원망), 유봉의 열정(한이 쌓일 시간, 세상의 왕)을 모두 잘 표현해 내었다.

4. 기타 느낀 점

 먼저 내가 공연을 봤던 곳은 아차산역 유니버설 아트센터라는 곳이다. 공연장이 참 좋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아래 사진 참조) 천장에 샹들리에도 좌석도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았다. 그런데 공연 중간에 지각한 사람들이 막 들어와서 내 시야를 방해했다. 아무래도 눈이 가고 저 사람들 뭔가 하는 생각에 공연에 집중할 수 없어서 짜증났다. 그냥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앞에서 후뢰시를 비춰주고 들어오는데 정말 꼴불견이었다. 이 아름다운 공연을 방해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둘째로 1막 후반쯤에 갑자기 스피커에서 지지직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마이클리가 노래를 너무 잘해서 스피커가 못 잡아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문제는 그 후에도 계속 지속해서 지지직 소리가 났다는 것이다. 너무 거슬리고 불편했다. 약 3분정도 지속된 그 지지직 소리는 다행히 사라졌다. 아무래도 음향감독님께서 뭔가 실수를 하신 것 같다.

 셋째로 옆 사람이다. 옆 사람이 다리를 꼬고 앉는데 발이 내 영역을 침범했다. 게다가 어디선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발 냄새. 여자라 말은 안했지만 참.. 어이가 없었다. 조금 뒤에는 더욱 가관인 게 신발을 벗고 의자위에서 양반다리로 앉아있는데 발가락 끝이 내 자리를 넘어와서 발가락을 볼펜으로 찌르고 싶었다. 하지만 난 문화시민이니 꾹 참고 공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이 아름다운 뮤지컬 감상에 방해를 받아야 한다니... 정말 통탄스러웠다.

 

 내 인생의 첫번째 뮤지컬 음악의 모체이자 처음 본 대형뮤지컬인 서편제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기립을 아낄 수 없었다. 손바닥이 아파라 박수를 쳤고 공연 내내 눈물을 닦느니라 창피했다. 마지막 피날레에도 감동이 밀려왔다. 배우 차지연으로 돌아온 송화의 미소는 왜 이리 슬픈걸까? 정말 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공연 시간이이 2시간 반이나 되어서 마지막 후반부쯤 가서는 조금 지치기도 했지만 지칠 때쯤 해서 끝나서 다행이었다. 좀 더 학식을 쌓고 오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내가 동경하던 노래가 내 앞에서 연주되니 더욱 큰 감동이 있었다. 앞으로 나도 돈 많이 벌고 음악적으로도 더욱 발전해서 나중엔 이런 뮤지컬 하나 기획하고 제작하고 싶다. 내 인생의 첫번째 서편제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