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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모음/동화

짧은동화 영감이 하는 일은 언제나 옳아요

짧은동화

영감이 하는 일은 언제나 옳아요

어느 시골의 작은 오두막집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어요.

두 사람에게는 말 한 마리가 전 재산이었지만 언제나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사이좋은 부부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말했어요.
“ 영감, 우리 저 말을 꼭 필요한 것과 바꿉시다.

영감이 장터에 나가 바꿔오세요.”


“무엇으로 바꾸면 좋을까?”
“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영감이 하는 일은
언제나 옳으니까요.”

할아버지는 말을 타고 읍내 장터로 향했어요. 길을 가던 할아버지는

젖소를 끌고 오는 한 남자를 만났어요.
‘ 젖소가 있으면 날마다 맛있는 우유를 먹을 수 있겠지? 그러면 할멈이

무척 좋아할 거야.’
할아버지는 남자에게 젖소와 말을 바꾸자고 했어요.
“말이 젖소보다 비싸니 저야 손해 볼 것 없지요.”
남자는 할아버지를 비웃으며 젖소를 내주었어요. 기분이 좋아진 할아버지
는 장터 구경이나 할 생각으로 다시 길을 떠났어요.
잠시 후 할아버지는 길가에서 작은 염소에게 풀을 먹이고 있는

청년을 만났어요.
‘우리 집에는 풀이 많으니까 염소를 키우면 좋겠다.’
할아버지는 청년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어요.
“이보게, 청년! 그 염소하고 이 젖소를 바꾸지 않겠나?”
“정말이십니까? 저야 좋습니다. 젖소가 염소보다 훨씬 비싸니까요!”
할아버지는 염소를 끌고 다시 길을 떠났어요.
할아버지가 큰길로 들어섰을 때 저 멀리서 거위를 안고 오는

아주머니가 보였어요.
‘살이 포동포동 오른 건강한 거위구먼. 할멈이 거위고기를 참 좋아하지.’
할아버지는 아주머니에게 염소와 거위를 바꾸자고 했어요. 거위보다는
염소가 훨씬 비쌌기 때문에 아주머니는 얼른 바꾸어 주었지요.
읍내에 거의 다다랐을 때 할아버지는 거리를 뛰어다니는

 닭 한 마리를 보았어요.
‘닭이 있으면 날마다 달걀을 먹을 수 있겠지?’
할아버지는 닭의 주인을 찾아 거위를 닭과 바꾸었어요.
기분이 좋아진 할아버지는 휘파람을 불며 시장을 구경했어요. 그때 한 마
부가 커다란 자루를 짊어지고 할아버지 옆을 지나갔지요.
“이보게, 마부 양반. 그 자루에 뭐가 들어 있소?”

“썩은 사과가 들어 있습니다. 돼지 먹이로 쓰려고요.”
“ 그 아까운 사과를 돼지 먹이로 쓴다고요? 그러지 말고

내 닭과 바꿉시다.”
“네? 닭이랑 바꾸자고요?”
마부는 할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얼른

닭과 바꾸어 주었어요.
“ 할멈은 늘 썩은 사과도 보관하곤 했어. ‘이것도 재산이
에요’ 하면서 말이야. 할멈도 무척 좋아할 거야.”

 

할아버지는 썩은 사과 자루를 짊어지고 이곳저곳을 구경했어요. 그러다
배가 고파지자 어느 식당에 앉아 식사를 했지요.
“아니, 이게 무슨 냄새지?”
그때 할아버지의 옆자리에 앉은 신사 두 사람이 썩은 사과 냄새에 코를 잡
으며 얼굴을 찌푸렸어요. 할아버지는 두 신사에게 그동안 일어났던

일을 들려주었지요.
“ 맙소사, 그럼 결국 말 한 마리를 썩은 사과 한 자루와

 바꾸었단 말이에요?”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할머니가 무척 화내실 거예요.”
두 신사는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말했어요.
“ 그런 말 말아요. 우리 할멈은 내가 하는 일이면 언제나 옳다고 하지요. 이
번에도 내가 한 일을 이해해 주고 잘했다고 할 거예요.”
할아버지가 자신 있게 말했어요.
“ 정말 그럴까요? 만약 할머니가 화를 내지 않는다면 제가 할아버지께 금
화를 한 아름 드리겠어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발길을 옮겼어요. 두 신사도 싱글벙
글 웃으며 할아버지를 따라갔지요.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신사들을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영감, 고생 많았지요? 그래, 말을 무엇으로 바꾸셨어요?”
“젖소하고 바꿨지.”
“잘했네요. 우유도 먹을 수 있고 버터와 치즈도 만들 수 있잖아요.”
“근데 그 젖소를 다시 염소와 바꿨소.”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활짝 웃었어요.
“ 우리 집에는 풀이 많으니 그것도 좋지요. 겨울에는 염소털로 양말도 짤
수 있겠네요. 영감은 정말 똑똑해요.”
“그런데 염소를 다시 거위와 바꿨다오.”
“아이고, 잘하셨어요. 내가 거위고기를 얼마나 좋아한다고요!”
“그랬는데 다시 거위를 닭과 바꿨어요.”

 

할머니는 신나게 손뼉을 치며 말했어요.
“ 그럼 날마다 달걀을 먹을 수 있겠네요.

귀여운 병아리도 키울 수  있으니 좋고요!”
“하지만 할멈, 그 닭을 썩은 사과 한 자루와 바꾸었지 뭐요.”
신사들은 할머니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침을 꼴깍 삼키며 할머니의 얼굴
을 바라보았어요.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미소를 띠며 말했어요.
“ 아이고, 이렇게 좋은 일이 있나. 그렇지 않아도 오늘 낮에 요리를 하는데
부추가 없지 뭐예요. 그래서 옆집 부인에게 부추를 빌려 달라고 했더니

부인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걸 어쩌죠? 저희 집에는 빌려 드릴 게 아무것도 없답니다.

썩은 사과 한 개도 없는걸요.’

근데 이젠 썩은 사과가 많이 생겼으니 옆집 부인에게 썩은 사과를

마음껏 빌려 줄 수 있겠네요. 정말
영감이 하는 일은 언제나 옳다니까요.”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며 기쁘게 말했어요.

두 신사는 할머니의 태도에 크게 감동을 받았어요.

 


“내기에 지고도 이렇게 기분이 좋기는 처음입니다.”
신사들은 약속대로 가지고 있던 금화를 모두 내놓았어요.

 그 후로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를 아끼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